독일에서는 3월이 되면 메르첸비어를 빚습니다.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되는 9월 맥주 축제에 대비하여 봄에 새로 수확한 보리와 밀로 빚는 옥토버페스트 맥주입니다. 메르첸비어는 더운 여름을 버틸 수 있도록 홉을 많이 넣어 진하게 만듭니다. 매년 9월 셋째 주 주말부터 10월 첫째 주 주말까지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은 독일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맥주집 문화: 독일과 영국
맥주를 가장 좋아하는 민족을 꼽으라면 앵글로색슨족과 게르만족이 있습니다. 이집트와 그리스,로마같이 연중 햇빛이 비추는 비옥한 지역에서는 신이 선사한 포도주를 즐겼지만 서늘한 서북부 유럽에서는 포도 대신 보리로 빚은 맥주를 마셨습니다. 유럽에서는 가축 사료인 보리로 빚은 맥주를 서민이 먹는 천한 술로 여겼으며 맛도 없고 몸에 해롭다는 편견이 많았습니다. 로마에서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군인에게 벌로 보리를 배급할 만큼 보리와 맥주는 하급으로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게르만족의 대이동으로 로마가 무너지고 중세가 시작되면서 야만인들이 먹던 맥주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동쪽 우크라이나, 러시아까지 유럽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영국과 아일랜드 맥주집인 '펍'은 퍼블릭 하우스이며 즉, 우리말로는 선술집입니다. 영국 사람들은 가족과 마을의 대소사를 나누는 장소입니다. 영국의 한 대학에서 시골 거주자 3,000명을 10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펍이 없는 지역보다 있는 지역의 공동체 의식이 더 높았습니다. 영국의 펍 기원은 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국을 정복한 고대 로마 군인들이 도로 정비에 나섰을 때 그들에게 술을 판매하는 선술집에서 펍이 생겼습니다. 중세시대 십자군 전쟁에 참가해 동방 원정에 나선 기사들이 묵었던 여인숙도 펍으로 발전했습니다. 런던 거리를 걷다 보면 포도와 사슴, 덩굴 등이 그려진 간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맥주를 팔고자 하는 사람은 말뚝 위에 간판을 내걸어야 한다는 리처드 2세의 칙령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영국 펍이 주로 서서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는 곳이라면 독일의 맥주집은 요리와 함께 즐기는 음식점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맥주의 본고장인 뮌헨의 경우 시내 한복판에 맥주만 파는 가게도 있지만 대부분의 맥주집에서는 돼지 뒷다리 요리인 슈바인학센, 슈바이레니펜, 소시지와 감자튀김 등의 음식을 긴 테이블과 의자가 갖추어진 야외 식장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1812년 바이에른 주정부가 지하에 맥주 저장고를 갖춘 업체에 한하여 맥주를 공급한다는 조건으로 음식 판매를 허가한 것이 비어가르텐의 시작입니다. 뮌헨 중심에 위치한 '호프브로이하우스'는 히틀러가 1919년부터 나치당을 만들기 위해 연설하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히틀러는 연설 말미에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 뒤 맥주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쳐 깨뜨리는 쇼맨십을 발휘하며 독일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독일의 비어가르텐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의 지역 주민들입니다. 영국에서는 손님이 카운터나 바에 직접 주문하고 계산하는 방식에 비해 독일에서는 종업원들이 주문을 받고 맥주를 배달해줍니다. 비어가르텐은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가게를 제외하고는 겨울이 되면 문을 닫습니다. 대부분 봄부터 10월까지만 운영합니다.
인도를 떠나 미국까지
19세기 인도에는 영국인들이 몰려 북적거렸습니다. 하지만 30도가 넘는 더운 나라였기에 발효가 어려워 맥주 양조가 불가능했습니다. 1709년에 런던에 등장한 엷은색의 맥주가 인도로 수출되었으나 상해서 판매가 불가능했습니다. 런던의 양조업자 조지 호지슨은 여기에 착안했습니다. 알코올의 농도를 높이고 방부 효과가 있는 홉을 듬뿍 넣어 맞춤형 맥주인 '인디아 페일 에일'을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수가 높고 홉이 많이 함유된 인디아 페일 에일은 맛이 쓰고 강렬했으며 길고 무더운 뱃길에서도 부패하지 않았습니다. 1839년 아일랜드 앞바다에서 선박 침몰가 발생했는데 인디아 페일 에일을 싣고 인도로 출항했던 배였습니다. 배는 부서졌지만 오크통에 실려있었던 인디아 페일 에일은 무사히 인양되어 경매를 통해 영국 시장에 판매되었습니다. 수출용 인디아 페일 에일을 맛본 영국인들은 매혹되었고 이를 계기로 영국 본토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인도 시장을 겨냥하여 만든 페일 에일은 1822년부터 런던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엷은색을 띤 페일 에일은 17세기에 등장했고 당시 영국 사람들이 많이 마셨던 포터 맥주는 나무와 지푸라기로 맥주보리를 볶아 만들었습니다. 연기가 많이 나고 온도 조절이 쉽지 않아 까맣게 탔기 때문에 맥주색이 짙었습니다. 태울 정도 볶았기 때문에 당이 익어버려 맥주 맛도 지금과 달랐습니다. 미처 발효되지 못하고 남은 당의 단맛이 맥주에 남아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포터는 색이 짙고 달달한 맥주였습니다. 인디아 페일 에일의 경우 전성기는 1800년대 중반이었으며 영국에서는 금주 운동과 양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금씩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세금 폭탄까지 떨어져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특히 미국 양조사들의 노력으로 아메리칸 페일 에일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도수를 높이고 홉의 쓴맛과 향기가 더 많이 느껴지도록 만든 것이 특징입니다.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라거와는 달리 에일은 상면 발효 맥주입니다. 상면 발효 맥주는 효모가 발효하면서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라거보다 짧은 시간에 발효되고 높은 온도에서 숙성됩니다. 라거와 비교하면 맥주 특유의 씁쓸함이 있고 무거운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완벽한 맥주집의 10요소
첫번째, 펍의 테이블과 벽, 천장은 모두 19세기 빅토리아 양식이어야 하며 두 번째로는 1층에는 일반 바, 여성용 바, 병맥주 코너가 있어야 하며 2층에는 식당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라디오나 피아노가 없어 사람들이 대화 나누기 좋아야 하며 네 번째, 여성 바텐더는 손님들의 이름을 알고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다섯 번째, 담배와 아스피린을 판매하며 전화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여섯 번째, 간으로 만든 소시지 샌드위치와 홍합, 치즈, 향신료인 캐러웨이 씨가 박힌 비스킷이 있어야 합니다. 일곱 번째, 2층 식당에서는 점심으로 쇠고기 구이와 채소, 잼을 바른 롤빵을 사 먹을 수 있어야 하며 여덟 번째, 점심에는 흑 생맥주가 따라 나와야 합니다. 아홉 번째, 분홍빛 도자기 머그에 맥주를 따르고 마지막으로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그네와 미끄럼틀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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